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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오컬트 영화의 신은 장재현이다
이 문장은 참인 문장입니다. 왜냐하면 한국에서 이렇게까지 진지하게 오컬트 영화를 파는 감독은 장재현밖에 없거든요. <검은 사제들>이 흥행과 영화 스토리의 완결성 등에서 더 좋은 평을 받고 있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사바하>를 더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하죠. 종교에 대해 굉장히 집착적으로 파고들고 설정을 구성해 이야기를 풀어내는 감독은 한국에서는 장재현이 유일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이번 <파묘>에서도 장재현은 그 '파고듬'을 유감없이 발휘합니다. 풍수에 대해, 무속에 대해, 그리고 다른 종교와 신비도 파고들어 설정을 짜냈습니다. 짜낸 설정이 제대로 이야기로 이어지는 지 여부는 차지하고서라도, 그 설정은 저처럼 오컬트 장르를 좋아하는 관객들에게는 충분히 먹혀들어갔으리라 생각합니다.
조금 더 상세하게 이야기해보죠.
※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으니 읽으실 때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영화는 총 6장의 구조입니다. 하지만 실제적인 이야기는 2개입니다. 즉, 1,2,3장과 4,5,6장의 이야기는 다른 이야기입니다. 서로 미묘하게 이어져있지만 분리해서 각각의 영화로 만들어도 충분할 정도입니다. 산카이 마코토 감독의 <초속 5센치미터>와 비슷하다고 할까요? (실제로 해당 작품도 열 개의 단편 중에 그나마 이야기가 이어질만한 세 개의 단편을 골라 짜맞추었다고 합니다.)
이러한 구성은 감독의 의도이기도 합니다. 마치 "여우가 범의 허리를 끊은 것처럼" 말이죠. 왜냐하면 1부와 2부의 느낌이 너무 다르기 때문입니다. 한국적인 오컬트와 공포를 가지고 있는 1부와 일본의 오컬트물의 느낌을 가진 2부가 너무나도 이질적이기에 차라리 끊어버리고 결합시키는 구조를 만들어낸 것으로 보입니다.
그로 인해 "전반부는 명작이지만 후반부는 호불호가 매우 갈릴 것"이라는 평이 대다수인 작품이 되어버렸습니다. 특히나 김고은의 대살굿 씬때문에 <곡성>하고 많이 비교가 되면서 오컬트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 후반부에 가서 '???'인 상태가 될 수 밖에 없는 것 또한 당연할 것입니다. 장르물의 한계라면 한계인거죠.
장르물의 한계인 점을 제외하고서라도 후반부의 힘이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시간적인 한계와 감독의 연출 부족으로 인해 후반부에 인물들이 왜 그렇게 행동하는 지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기에 관객들은 인물의 행동에 대해 공감하기 어려웠으며 '설정이 설정이기 때문에' 생기는 국뽕적인 요소로 인해 인물 행동이 마치 편의주의적이라고 이해되기도 너무 쉽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관객을 이야기 속으로 끌어당기는 힘이 후반부에 딸릴 수 밖에 없습니다. 아쉬운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럼 넌 왜 좋은데?
그렇다면 저에게 이렇게 물어볼 사람들도 있을겁니다.
"그럼 넌 대체 이 영화가 왜 좋은데?"
이 질문의 답은 이미 앞에서 했습니다. 저는 오컬트 영화가 좋다구요. <곡성>에서의 황정민의 굿이 더 긴장감을 자아냈다고 하더라도, <곡성>에서 보여주는 무속은 단지 영화의 '소품'에 불과하지만, 이 영화에서의 무속은 이 영화를 이루고 있는 주요한 기둥입니다. 일본의 음양사, 오니도 주요한 기둥이구요. 이러한 오컬트적 요소를 깊히 이해하고 영화를 만들어낸 그 자체로도 한국에서는 충분히 찬사를 받아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사바하>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불교의 사방신에 대한 간단한 이야기부터 시작한 이야기에서 '뱀'에 대한 기독교와 불교의 다른 이해를 절묘하게 보여주는 장면은 감탄할 수 밖에 없는 장면이었죠. 이러한 깊게 파고드는 요소 하나하나가 오컬트 영화를 좋아하는 영화 팬들이 장재현 감독을 찬양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되는 것입니다.
호불호가 갈릴 수 밖에 없는 영화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영화는 꾸준히 나와주어야 합니다. 그러기에 오늘도 <파묘>의 흥행을 바라면서 이 글을 마치고자 합니다.
P.S. 장재현 감독은 정말 <퇴마록>의 영상화를 위해 나온 감독 같지 않습니까? 넷플릭스는 어서 장재현 감독과 이우혁 작가를 컨텍하시기 바랍니다. 뭐라구요? <퇴마록>이 영화화된 적이 있다구요? 무슨 소리를 하는건지 모르겠군요.